인천 강화도는 서울이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로 가깝지만 다리 하나만 건너면 갯 내음이 물씬 풍겨오는 한적한 섬마을이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데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춰 전원주택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강화도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장현순씨 역시 부모님 고향도 가깝고 본인의 직장도 가까워 이 곳을 선택하게 됐다.
장씨가 보금자리를 마련한 곳은 강화도 중심에 자리한 불은면 삼동암리다. 집 밖으로 조금만 나가면 바다와 산을 볼 수 있고 마을이 아담하고 조용해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작은 농가가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삼동암리에 들어서면 정원석으로 만들어진 울타리 안으로 아담한 스틸하우스 3채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사돈과 뒷간은 가까울수록 좋다 ?이 집의 구성원은 ‘사돈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옛 속담을 무색하게 한다. 어렵기만 하다는 사돈간이 한 울타리 안에서 정답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당 제일 안쪽 2층집은 외가인 양씨 일가가, 입구 쪽 단층 주택은 친가인 장씨 일가가 살고 있다. 가운데 집은 장씨의 첫째 아들 현순씨와 양씨의 막내딸 희선씨 부부와 손녀 다영이가 산다.
3대가 모여 사는 것도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사돈까지 함께 살게 됐을까? 두 가족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필연처럼 엮인 두 가족의 이야기는 인천의 한 교회에서 시작된다.
같은 교회를 다니던 두 집안은 모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금새 친해졌다. 여기에 어릴 적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장현순씨와 양희선씨가 부부의 연을 맺으면서 한 식구로 맺어지게 됐다.
이후 맞벌이를 했던 장씨 부부가 낳은 아이를 부모님이 번갈아 돌봐주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한 울타리 세 가족’ 전원생활이 시작됐다.
장씨는 “서로 왔다 갔다 할 것 없이 두 집 부모님들을 함께 모시고, 아이들도 넓은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 놀게 하고 싶었다”고 전원생활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세 가족의 전원행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평일이면 전원주택 관련 잡지와 도서들을 읽고, 주말이면 수도권 일대 전원주택지를 직접 찾아 나섰다. 그렇게 마련한 부지가 지금의 강화도 삼동암리 터다.
건식공법, 겨울 공사도 ‘거뜬’하지만 강화도에 땅을 짓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목이 임야였기 때문에 형질변경을 하고 지역 특성상 군사보호구역이라 군의 허가까지 맡아야 했다.
복잡한 행정절차가 마무리 되자 집은 순식간에 완성됐다. 이 주택은 스틸하우스(경량 철골조) 공법으로 지었다. 스틸하우스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공법으로 시공되기 때문에 겨울 공사에도 문제가 없었다.
스틸하우스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목조주택과 달리 뒤틀림 없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철구조물 양쪽에 단열재를 입힌 후 시공되기 때문에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것이 장점이다. 건축비는 3.3㎡당 350만원 정도 들었다.
삼둥이 외관 눈길집 외관은 대동소이하지만 내부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 꾸몄다. 손녀 다영이는 좋아하는 핑크색을 포인트로 방을 꾸몄다. 평소 음악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외삼촌은 2층 넓은 공간에 음악기기와 서적을 가득 채워 넣었다. 양가 어머니들이 원하던 텃밭은 뒷마당에 마련했다. 지금은 상추ㆍ깻잎ㆍ고추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이렇게 모여 살다 보니 이 집에선 그 흔하다는 시집살이ㆍ고부갈등이 없다. 건축주 장씨는 “부모님들은 적적하지 않아 좋고, 아이는 곁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랄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Tip인허가 까다로운 강화도…전원주택 지으려면 강화도는 경관이 아름다워 전원주택이나 펜션 부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미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숨어 있는 법.
강화도는 경관이 아름다운 만큼 건축 규제도 다른 지역에 비해 엄격한 편이다. 특히 강화도는 역사적·지리적 특성상 군사보호구역과 문화재시설 등이 많아 건축 인허가가 쉽지 않다.
강화군의 한 부동산중개사는 “건축할 수 없는 땅을 매입해 낭패를 보는 매수자들이 종종 있다”며 토지매입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먼저 강화도는 전체 면적(411.3㎢)의 48.4%에 해당하는 199.1㎢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강화도 전체 땅의 약 절반 가량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셈이다.
군사보호구역 가운데 통제보호구역(27.5㎢)은 주택 신축이 무조건 금지된다. 제한보호구역(171.6㎢)의 경우에는 건물 높이에 따라 주변 군부대 협의나 강화군청의 승인을 얻어야 주택 신축이 가능하다.
문화재 관련 건축 규제도 많다. 강화도는 ‘5진7보53돈대’라고 해서 곳곳에 문화재가 있다. 강화 해안을 빙 둘러 설치된 5개의 진과 7개의 보와 53개의 돈대다. 요즘으로 치면 진은 대대, 보는 중대쯤 되겠다. 돈대는 진과 보에 소속된 그보다 작은 규모의 요새를 뜻한다.
이런 문화재 반경 500m 이내에서는 건축 규제가 까다로워 농가에 꼭 필요한 시설도 신축이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강화도에서는 전원주택이나 펜션용 부지를 매입할 때는 반드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발급받아 매입하려는 땅에 규제는 없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귀농이나 귀촌을 희망한다면 일단 농지를 저렴하게 사들여 땅을 확보하고 미래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미 개발되어 있는 대지는 너무 비싸고, 임야는 개발허가를 받아내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농지는 거의 대부분이 농림지역이지만 과수를 심고 창고를 지은 뒤 나중에 전용하는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정길수 시스템건축 대표 (031-903-1456)